이 만화는 일본만화의 전통적인 밍키,샐리등의 요술공주 캐릭터의 초현대식 청소년판이라 할 만하다. 로보캅, 터미네이터, 공각기동대로 이어지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라는 시대적 패러다임은 SF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낳게 되었다.
일본 대중문화가 보여주는 미소녀에 대한 집착은 실로 대단한데 이 만화의 기본 설정에서도 수줍음많고 소심한 미소녀학생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군사조직에 의해 신체를 개조당함으로서, 가공할 폭력을 보유한 전투병기로 기계화된다.
천진난만한 소녀를 살인병기로 만들면 어떤 상황이 나타날까 하는 단순하면서도 매우 일본적인 발상을 잘 보여준다.
전통적인 요술공주들은 적절한 시기에 변신함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을 발휘하며, 관객은 그 순간에 현실을 초월한 환상의 실현에 대하여 대리만족을 경험한다. 반면 치세의 변신은 날개와 무기의 디자인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되어 있어 일견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신체 일부로서의 기계이기에 시각적으로 상당히 엽기적이고 충격적이다. 이렇게 변신한 치세의 모습은 관객에게 일방적인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치밀게 하기도 한다. 사실 만화라는 장르자체는 매우 유연하기 때문에 똑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코믹터치로 가볍게 다룰수 있는 여지도 분명히 남아 있지만, 이 만화가 어찌보면 가볍게 흘러가는듯 하면서도 가벼움을 뛰어넘어 현실감이 살아있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묘사가 매우 정밀하고 탁월하다는 데에 있다.
로맨스부분은 남성작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극히 여성적이고 매우 민감한 사랑의 미묘한 감정까지 처절할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교환일기, 연애편지, 키스 등의 로맨스의 축을 이루는 진부한 소재들은 치세가 처한 독특한 신분 때문에 그 의미가 기존의 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부여된다. 치세가 가지고 있는 여성적이고 여린 면은 몸 안의 날카롭고 기괴한 기계의 이미지와 상충되지만 그러한 생경함이나 신비감이 치세의 신체구조를 더욱 그럴듯하고 사실적인 유기체로서 인식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최종병기그녀>는 소재나 설정, 주제의식 등에서 영화 <로보캅>과 흡사한데, 단지 <최종병기그녀>는 기본적으로 러브스토리를 표방하기 때문에 로맨스를 훨씬 강조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작가의 도시에 대한 인식은 전투기의 대규모 공습장면을 보면 상당히 표피적이고 영화적이다. 인명이 살상되고 건물이 파괴되는 전쟁상황은 오히려 영화 <아마겟돈>의 그것과 같이 낭만적이며, 도시의 파괴가 가져다주는 박탈감과 인간성의 상실등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달콤하기까지한 전쟁의 낭만성에 전투병기로서의 치세의 전투행위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생략을 하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계속하여 자극시킨다. 전시상황이라는 사실에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 도시인들의 모습과 애처롭고 서글퍼 보이는 전투병기로서의 치세의 모습들 모두 끝없이 달콤하며 만화적인 환상성을 추구한다.
만화에서 느껴지는 연애감정은 무조건 낭만적이기보다는 더 정밀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리만치 사실적인데 오히려 전투기가 등장하는 주변 전투상황이나 배경은 마치 그런 연애감정에 도취된 듯이 다분히 낭만적이라는 것이다.
만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도시전체를 조망하는 발코니와 같은 공간은 기존의 영화에서도 흔히 로맨스가 발생되는 공간으로 자주 이용되는 것으로 특히 이 만화에서 둘외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 둘만이 간직하는 비밀스러운 연애가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중요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만화에서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고 연애가 자라나는 과정은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의 구조이며 작가가 설정한 발코니의 공간은 그러한 감정이 일어날수 있는 주변 배경을 훌륭히 만들어 준다.
<최종병기그녀>는 기본적으로는 캠퍼스러브스토리이지만 낭만적으로 묘사된 폭력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하지 않은 많은 은유를 남기고 있다.
만화에서 '전쟁', '신체개조'라는 극단적인 소재로 묘사된 폭력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너무나 가까이 와있고 정신적,또는 육체적으로 많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인명을 살상하면서도 순진하기만한 치세의 모습은 현대사회의 폭력에 둔감해져 버린 인류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만화는 인간의 신체에 가해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폭력이 한 인간에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다주는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도 사랑을 하고 싶다는 치세의 작은 소망은 과연 이루어질수 있는지를 찾으려 한다. 작가는 기계문명에 의한 폭력이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사랑과 인간애로서 극복하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역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실 이 만화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앞표지가 깔끔하길래 내용도 모르고 읽었던 것인데, 1권의 내용까지만 보면 이렇네요.
K양을 비롯한 만화광분들이야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이미 한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입니다.
일본TV에서는 이미 애니메이션 방영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더군요.
고급스러운 펜터치와 감정의 정밀묘사가 탁월하며, 기존의 순정만화에 식상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듯하네요. 좋은 만화입니다.
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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